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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야100 플러스

2021년 신년산행(합천 남산 제일봉)

어느 시인의 주옥과도 같은 시언, 싯귀처럼,

한해를 보내며 안타깝고 쓸쓸한 심경과 기억으로  ....시간을 부정한채 지난날만 되돌아 보며 아쉬움으로 마아냥 서성인다.ㅎㅎ

늘 그래온것처럼 새해를 맞는 덕담 전송과 전화로 애써 위로하며 또 한해를 열고...ㅎㅎ

코로나 확진자는 가히 폭증의 상황이고, 날은 겁나게 춥고 운동을 하지 않으니 체중 2kg이 순식간에 불어나고 산은 고프고....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나날을 보내다가.

무언가(?) 특별한 날이기도 하고.....남산을 가려다 포기하다 결국 다녀오기로 한다.ㅎㅎ

 -.산행일시 : '21.1.2.11:10~15:00

 -.산행코스:청량사 갈림 삼거리~황산저수지~청량사~남산제일봉~해인사시외버스터미널 (8.13km)

 

들머리이다....직진을 하면 해인사 가는 길이고....삼거리에 내려 '청량사' 방향으로 지겨운 아스팔트 도로를 걸어가야 한다.

날은 춥고,.....옥천 휴게소에는 눈이 겁나게 내리고 있고 내려 오는 차창 너무 주변 산이 하얀 설산인게 너무도 멋져....강설소식도 있고....오늘 설산행을 하는 건 아닌지 내심 무척 기대를 했건만....ㅎㅎ 여긴 햇빛은 쨍쨍~~ 

황산제2주차장을 지나면 이렇게 마을길이 나오고.....그 마을을 돌아 청량사 방향으로 쭈욱~~

 

한 참을 쌔빠지게~ 아스팔트길을 걸어 가면 동네 높은 곳 어드메에 이렇게 황산저수지가 나오고....

황산저수지 지나면 매표소가 있어서 개인당 3,000원의 입장료를 받지만, 관리인이 안계셔서 오늘 걍~패쑤 ㅎㅎ

그렇게 단조로운 아스팔트길을 약 4km정도 걸어 오다가....갑자기 동안 걸어온 길보다 제법 심한 아스팔트 오름길이 나오게 되면....청량사 직전인것이다.

청량사 입석.

이 입석을 지나면 이렇게....머엇찐~!!

한장의 뷰가 나온다.

사진으론 남산의 산세가 축소되어 보이지만, 현장에서 상당히 웅장하고 장쾌하다.

그길을 따라 올라 가면 아래 왼쪽 사진처럼 주차장이 나오고 그 주차장 끝에 제일봉 등로 시작점이 있다. 오른쪽 사진처럼...

오늘 대부분 산객들은 가야산으로 가고 전체 산행시간은 가야산 산행시간 6시간과 동일하니 시간이 많이 여유 있으므로 청량사를 먼저 들려본다.

절을 들어 서면 이렇게 요사체가 제일아래 있고....

그 층 위에는 대웅전이 이렇게 모셔져 있다.

해인사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보물로 지정된 유산도 보유하고 있는 사찰이다.

 

문득 심적 여유가 있고 사람들이 없어 고즈넉하니 산사가.....내 마음으로 들어 온다.

절....나에게 있어 절은 조모님의 기억이 가장 크다.

정월 초하루~!!

조모님은 그저 자식들과 장손인 내가 무탈히  잘되시라고, 정월 초하루면 가마솥에 물데워 그 엄동설한의 마당 수돗가에 대야에 물을 떠 허리 숙이시고 칠흑같은 머리를 모두 앞으로 내려뜨려 참빛으로 연신 빗어 내리셨다.........

마룻녘에서 지켜보는 나는 마당 한켠 수돗가에서 새하얀 김이 피어 오르고....그 옆 수도와 배수구 부근에 을씨년스럽게 매달려 있는 하얀 얼음 덩어리와 고드름들, 그곳에서 허리 숙여 머리를 감고 계시는 할머니 모습과...그 너머 발갛게 상기된 목과 할머니 귀가 유난히 붉었다는 생각이 들었고....당시에도 이런 모습들이 순식간에 머리를 띵하게 하는 추위속에서도 무언가 평소와는 특별한 분위기를 느꼈던 것 같다.

그시절 엄동설한은 수돗가에서 세수하고 물기를 닦으로 안방으로 들어가기 위해 문고리를 잡으면 손이 쩍~~~쩍~~ 달라 붙을 정도로 맹렬했지만......

부모,엄마의 마음은..... 이런것이 아무 장애가 되지 못하셨나보다.

그렇게 머리를 감으신 할머니(경상도에서는 '할무이'라 부름.)빠알갛게 상기된 얼굴과 곱은 손으로 큰방으로 들어오셔서,

이번에는 방문 너머로 비치는 태양빛이 역광으로 방바닥에 앉으신 할머니 모습을 보이게 했고, 그러곤 할머니는 참빛으로 은비녀를 입에 무시고.....몹시도(?)여러번 빗고 또 빗고....미간 너머 칠흑같은 머리 사이로 새하얀 머리 피부색 가리마선이 칼처럼 반듯하게 되실즈음, 무셨던 비녀로 머리를 말아 동그랗게 꽃곤 하셨다.

그러면 유난히 피부가 희었던 할머니 코 끝은 반들 반들 오전 태양을 받아 빛났고....말끔히 세안하고 나 유난히 윤기나는 할무이가 특별하게 느껴지기도 했던 기억도 든다.

이어 벽에 걸린 거울을 내리시곤 기름을 그 가리마 가른 양쪽 머리에 곱게 펴 바르시고....한복에 저고리를 입으시는데.... 평소 장에 가시려고 준비하는 모습과는 달리 몹시 엄숙하신 태도로 단 한마디 말씀조차 하지 않으시고....아무말 없이 내손을 잡아 끌면 나는 그냥 묻지도 못하고 비포장 신작로를 오가는 버스 타고 남덕유산 아래 영각산 절을 산길을 걷고 또 걸어 올라가 부처님 전에 서곤 했었다.

그곳에서 할머니는 아무 말씀 없이 빌고....또 비셨다.....

옆에선 나는 따라서 조아리다가 지쳐서 포기하고....

그런데 할머니는 중단하지 않으시고 계속 절을 하셨다.

또 두손모아 빌며 연신 고개를 조아리셨다.

내가 옆에서 본것만 해도 수백번 조아리셨던 거 같다......

...............

..........

2021년 1월 2일....

내 손을 잡아 끌며 부지런히 야물게 살라고 수천번은 말씀 하셨던 그 할무이는 먼곳으로 가신지 어언 10여년이고 ....그 귀염 다 받았던 그 코흘리개 유소년이었던 나는 이제 50.....어느듯 지천명이 되었고 문득 이즈음의 사찰 앞에서 그시절 나의 손을 잡고 찾으시던 조모님의 그때 그 모습을 생각해 보며, 작고하신 조모님의 크신 사랑을 그리워도 해본다.

아마도 내가 이 다음 아주 이다음 나이들어.....내 삶을 내려 놓아야 할 순간이 왔고 용기와 기억력이 허락한다면...

나는 나를 너무도 아껴 주시던 할무이 할아부지가 그리워.....그 분들을 그리워 하며 그 무섭고 험악한 힘든 죽음의 순간을 합리화 할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과분한 사랑을 많이 받았고....감사하고 그리워 할 추억이 너무 많다.......

탑을 돌며....무언가 바래보고 싶지만, 집중이 되지 않는다.

아직 간절함이 덜한 것일까~!!

대웅전 옆 문을 열고....

부처님 전에 읍소하며, 나의 구복을 원하는 것은 너무 얄팍해 보이고, 속보이는 거 같아 그러지는 못하고~!!

나를 아는 모든 사람들이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게 해달라고 일단 바래보며,

올해 나의 소망

"멀어졌던 사람을 다시 찾아 보고, 부드러운 삶을 살게 해주십시오."라는 원론적인 말로 마무리 해본다. 다른 곳 대웅전과 달리 부처님이 석상이시다......

올해....내 인생의 변곡점이 될수 있기를......

저 탑에게 빌어 본다.

다시 제일봉 진입로로 내려와 산을 향한 걸음을 ....2021년 첫 오름을 걸어 본다.

태양이 내려쬐는 곳은 따스해 보이고....

그 혹독한 겨울을 용케도 자알~~버티고 살아가고 있다.

저 이끼도 봄을 기다리며, 소생의 순간을 인내하며 버티고 있을것이다.

처음에는 좀 부드럽게 시작되다가 중반부부터 제법 가파르지만 능선까지 길지 않다.

차가운 바람이 강력히 불어 온다.

길지 않은 시간에 능선에 도달하면 출입금지라는 팻말이 있고 그곳이 매화봉 가는 길인가 보더라.....

어떤 곳인가 궁금했지만, 정초부터 여유 없는 산길을 원하지 않아 오늘은 그냥 조용히... 정규코스만 걸으려 한다.

남산 제일봉으로 가다가 데크 계단길 후 첫 전망대를 만나고....

모자를 쓰지 않고 오르다 도저히 귀가 시려....모자를 잽싸게 꺼내 쓰고

맞은편 가야산 우두봉과 칠불봉을 그 앞의 오봉산을 한눈에 굽어 보며 담아 본다

미세먼지 수치가 좋아 조망이 참 좋다.

우두봉에는 눈이 제법 쌓였구나~!!

제일봉을 향해 나아가 본다.

아기자기.....독특한 바위군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ㅎㅎ

드디어 계단님이 등장을 하시공^^

저어 멀리 걸어온 길을 한눈에 돌아 본다.

계속 등장하는 바위군들....참 독특하다.

국립공원이라 산길이 참 잘 정비 되어 있다.

그렇게 오르락 내리락.....드디어 정상 직전의 정상 가는 길....

비계산의 의상봉을 올라가는 기분과 흡사하다...

그 처럼 계단으로 만들어진 정상가는 길.....

멋지다.....

남산 제일봉..정상.

ㅎㅎ

못난이 새해 인사드립니다^^

저를 모르시는 그 누구시라도 이 사진 보시걸랑 모두 새해 복 많이 많이 받으시라는 마음으로 썩소 한번 날립니다ㅎㅎ

이뿌게 봐주세요 ㅎㅎ

하산 시작

뒤 돌아 본 제일봉....이곳에 감시초소가 있고....정상에서 그냥 '치인주차장'방향으로 하산하면 된다.

옆에서 본 제일봉

편안하고 순한 ....트레킹 같은 하산길....길이 참 이쁘다.

ㅎㅎ 산길이 너무 이쁘고 고요해....상쾌해 또 썩소 한번 씨익~~

너무도 곱고 부드러운 하산길....

전국의 많은 산을 다녔지만서도....이 하산길은 가히 내 기억에서 몇번째 안에 드는 아름다운 길이다.

사실 남산 제일봉의 거친 바위 산은 지난번 월악산을 다녀와서 인지 감동이 조금 덜했고 ㅎㅎ 그러나 이 하산길 아름답고 고즈넉하며 아스라한 길의 느낌은 가히 압권이다.

길 왼쪽으로 '돼지골(과거에 멧돼지가 많이 살아 붙혀진 이름이라 함.)'과 함게 작은 개울이 시작되고....

그렇게 하산길 내내 행복을 느끼고....

생각과 마음을 다잡아 본다.

그래 정월달....

이정도 엄동설한 모습은 되어야지??^^

 

봄과 여름....그리고 가을에 오면 내 온 혼과 정신줄을 빼어 놓을 것 같은 참 아름다운 길.......

그 아름다운 길은 참 길고....부드러웠다.

2021 나의 올 한해 이렇게 마무리 되길......기대해 본다.

산길이 끝이 나고....

좀 내려 오면 탐방지원센터(돼지골탐방지원센터)가 있고....아스팔트길 따라 내려 오면 많은 식당가들이 있고 그 제일 아래에 해인사시외버스터미널이 있다.

그렇게 나의 올 첫 산행을 부드럽게 마감한다.

"올해도 열심히....부지런히....살자.~!!" 다짐해 본다.